본문 바로가기

Whatever

기록

사촌오빠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오빠 여동생도 자살로 죽었는데 오빠마저 그렇게 가버렸네.

오빠 어린 아들하고 딸도 오빠 닮아서 너무너무 이쁜데 그 어린애들은 어떡하나.

여튼 오빠가 죽은걸 자꾸 깜빡 잊어버린다.

그닥 교류를 많이 했던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명잘엔 자주 봤는데.

그 잘생긴 얼굴에 비해서 살아온 건 왜 그렇게 순탄치 않게 살았을까.

어릴때 이모의 이혼 때문이겠지?

 

아무튼 우리 외할머니는 육남매를 낳았는데 어떻게 다들 행복하게 사는 집이 없을까.

우리 할매 우리 맛있는거 사주고 맨날 좋은거 해준다고 고생 많이 했는데.

아직도 기억난다. 우리 할매,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돈벌겠다고 그 시골에서 서울까지 혼자 올라가서 의사부부네 집 가정부로 일했던거. 그 의사네 부부가 애들 데리고 방학동안 해외에 가 있는 동안

우리네랑 넷째이모네 서울 초대해서 맛있는거 해주고 서울 구경시켜주고 그랬는데.

그렇게 번 돈으로 한달에 한번씩은 맨날 소포로 우리 옷하고 이쁜 캐릭터 그려져있는 학용품세트 보내주고.

나 방황하던 고등학교 시절 학교 뛰쳐나와서 갈 곳 없을때 할머니집 가서 밥먹고 잠자고

그러면 할머니가 자고 있는 내 머리 맡에 초코파이 사다가 우유랑 같이 놔두곤 했는데.

그리고 학교 잘 다니라고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주고. ㅎㅎ

울 할매 이젠 기력도 없어서 병원에 누워서 똥오줌도 요양사가 처리해준다

마음 아프다.

 

늙는다는건 참 무서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

이제 내가 다 커서 좋은 데 델꼬가서 맛있는거 사드리고 싶은데 움직이질 못하고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시니.

 

다 때가 있는거라는 말이 그래서인가보다.

 

할매가 옛날에 목걸이가 갖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땐 내가 돈이 없어서 못해드렸는데 왜그렇게 아쉬운지.

또 할매가 글자를 쓸 수 있으면 자식들한테 편지를 각자 다 써주고싶다 그랬는데

이젠 내가 할매 대신해서 글 써줄께 하고 싶어도 할매가 말을 못해서 그러지도 못한다.

할매는 자식들한테 무슨 말이 하고 싶었을까

 

아무튼 울 할매

고맙고 미안하고 미안하네 우리 할매.

 

 

'Whatev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연..일까  (0) 2017.05.04
이쁜 옷  (0) 2017.04.27
어릴 적 꿈  (0) 2017.04.26
괜히 기분 두둥  (0) 2017.04.25
관심사  (0) 2017.04.16